쉬는 동안 넷플릭스를 좀 보면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넷플릭스 자체 드라마 킹덤, 스위트홈 등을 같이 보다가 내가 재밌게 보던 인턴, 히트맨 같은 영화도 엄마께 추천드렸다. 엄마와 함께 볼 드라마로 고르기보단, 내가 여태껏 아껴둔 드라마를 생각해 냈는데 그게 바로 tvn 10주년 기념으로 특별 제작된 '디어마이프렌즈'였다. 유명한 중년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이 드라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노인들의 사랑이야기 일까 가벼운 물음을 가지며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여러 노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매회 보며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든 생각은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네'였다. 바람핀 남편의 외도 장면을 목격한 아픔과 어머니를 폭행한 치매 아버지, 장애인 동생이 있는 난희(고두심)와 그런 엄마를 두고 휠체어를 타게된 타국의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완(고현정)을 중심으로 인물관계가 펼쳐진다. 난희의 어렸을 적 동네 친구들을 완은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작가인 완은 이 이모들의 삶을 책으로 쓰게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숨기고 싶은 아픔과 사연은 있는 것일까. 여기 나오는 인물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배려심없고 항상 구박하는 남편과 살며 세계여행의 꿈을 가진 정아(나문희)와 남편과 사별 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희자(김혜자)은 인생에서 둘도 없는 특별한 친구이다. 살면서 이런 우정을 쌓을 수 있다면 그 인생도 정말 잘 산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들 정도로 눈물겹다. 결핍된 배움을 교수들과 친해지며 해소하려는 부자 충남(윤여정)과 암을 극복하고 밝게 주변사람들을 챙기는 배우 영원(박원숙)도 배울 점이 참 많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인생을 멋지게 산다.
이 드라마를 볼 때 흔히 꼰대들의 행동에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들이 젊은 시청자들을 힘들게 한다. 딸에게 잔소리하며 짜증부리는 엄마모습,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고집부리는 모습, 옛날 가부장적인 방식으로 처자식을 막 대하는 아빠모습 등 스트레스 받을 장면들이 아주 자주 나온다. 이런 내용에서 포기하게 된다면 드라마의 진가를 볼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진가는 이런 모습의 '꼰대'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그랬다.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을 이해하게 된다면 나이가 든 거라고.. 옛날에 배워 당연했던 것들이 시대가 변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나의 흔적과 습관이 되어버린 것을 단번에 바꿀수 있을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어려운 삶을 살다보면 마주하기 힘든 본성이 나올 때도 있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며 힘들어하던 내가 어느새 드라마 중반에 측은지심의 시선으로 모든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노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백세시대를 넘어서 천살까지 살수있을 거란 예상을 하는 학자도 보았다. 정년이 62세라면 그 후엔 어떻게 살까 생각해보게되었다. 소중한 나, 힘이되는 우리 가족, 같이 놀 진정한 친구, 건강한 체력과 여유로운 소비를 위한 재산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욜로로 탕진하는 분위기지만 나는 이제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노후를 위한 투자를 이제부터 쭉 해야지. 늙은 나의 사람, 건강, 재력을 지금부터 다져야겠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쌍분 할머니는 인생은 별거 없다고 했다.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지. 내 인생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지만 다시 또 보고싶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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